[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인천의 끈질긴 축구와 이기형 감독의 리더십

입력 2017-09-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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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의 가을은 치열한 순위경쟁으로 언제나 뜨겁다. ‘잔류 왕’ 인천을 향한 관심이 특히 높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인천이 믿는 구석은 선수들의 생존본능이다. ‘초짜 사령탑’ 이기형 감독(가운데)과 인천의 2017시즌은 과연 어떻게 끝날까.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가 막판으로 치닫는 이맘때면 순위표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특히 강등권 탈출에 목숨을 건 하위권은 살얼음판이다.

클래식(1부) 12개팀 가운데 최하위는 자동 강등이고, 11위는 챌린지(2부) 플레이오프(PO) 승자와 승강 PO를 한다. 다시 말해 적어도 10위 안에는 들어야 내년 시즌 클래식을 보장 받는다. 올 시즌에도 그 안전한 고지에 오르기 위해 많은 팀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현재 순위를 보면 광주가 승점 21로 꼴찌다. 인천과 상주, 대구(이상 32점) 전남(33점)이 아슬아슬하다. 마지막까지 누가 잘 버티느냐가 생사를 가른다. 이들 중 눈길이 가는 팀이 인천이다. 하위권 중 가장 끈질긴 경기를 펼친다. 최근 7경기 연속 무패(3승4무)다. 선장은 초짜 이기형(43) 감독이다. 그런데도 애송이 티가 나지 않는다. 위기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치밀함이 엿보인다. 그의 리더십이 궁금했던 이유다.

2016시즌 말 감독대행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이기는형’으로 불린 이 감독은 올 시즌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시즌 초반 무승부가 많아 ‘비기는형’으로 격하되긴 했지만, 요즘 다시 ‘이기는형’의 위상을 되찾았다.

인천 이기형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초보 감독의 떨림은 말투에서부터 느껴졌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경기 전 약속하고 나간 전술이나 포메이션이 잘 안 맞을 때는 답답하고 속상하더라. 선수들이 열심히 뛰긴 하지만 내 맘 같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며 감독의 애로점을 속사포처럼 털어놓았다. 지구상 어느 감독인들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감독은 가장 고독한 직업이라고들 한다. 이 감독은 이제 그 고독의 참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세월의 양념으로 그 더께가 쌓여야 비로소 큰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이 점은 이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한발 한발 걷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감독이 되면서 마음먹은 생각들을 풀어놓았다.

“권위의식을 벗고 싶었고, 기존의 틀에 맞추고 싶지는 않았다. 선수들과 한마음이 돼 나도 운동장에서 뛴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경기장에 찾아온 팬들이 감동을 받고, 열정을 느끼고, 힘을 얻어 갈 수 있는, 그런 경기를 하고 싶다.”

열린 마음이다. 눈높이를 선수들과 팬에게 맞추면서 수평적으로 팀을 이끌겠다는 소신이 뚜렷해보였다. 이런 리더십을 통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게 경기력으로 나타나면서 인천의 버티는 힘이 강해진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유명했다. 오른쪽 윙백 또는 윙으로 활약한 그는 낮고 빠른 슈팅이 강점이었다. 19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출발해 성남~서울~오클랜드FC(뉴질랜드)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선수 시절 이기형.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K리그 254경기를 뛴 수준급 선수였다. 2011년 서울에서 지도자생활을 시작했고, 2015년 인천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인천에 둥지를 튼 지 불과 3년이지만, 그는 확실한 인천맨이 되어 있었다. 인천의 색깔을 찾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인천의 색깔은 무엇일까. 이 감독은 “패배의 위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 붙는 끈질긴 팀”이라고 설명했다.

“인천만의 색깔을 찾는 게 내 임무다. 올 시즌 초반에는 협력수비 등 함께 하는 축구가 잘 되지 않았다. 요즘에는 인천만의 끈끈한 축구를 찾아가는 중이다. 쓰러지기 일보직전까지 뛰는 끈질긴 팀이 바로 인천의 색깔이다.”

이 감독은 초보답지 않게 수 싸움에 능하다. 9월 17일 서울전이 대표적이다. 후반 중반 송시우를 교체 투입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동점골을 터뜨린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은 다른 팀에 비해 월등한 선수가 없다고 보면 맞다. 그래서 상대팀 경기 분석을 많이 한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교체 타이밍을 연구하는데, 그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17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경기에서 인천 이기형 감독이 송시우의 골이 비디오 판독으로 인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의 목표는 클래식 잔류다. 자신감도 있다. 남은 7경기에서 최근의 경기력을 유지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인천의 전통 때문에 어깨는 무겁다. 인천은 도시민구단 중 유일하게 단 한번도 2부로 떨어지지 않은 ‘K리그 잔류왕’이다. 이 감독은 “시즌 막판이 되면 선수들은 긴장감이나 압박감으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인천 선수들은 오히려 집중력을 가진다”며 ‘잔류 DNA’를 가진 인천 선수들을 자랑했다.

초보 이 감독은 인천 선수들의 생존본능을 끄집어내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최현길 체육학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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