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의 유쾌하고 당당한 도전이 끝을 맺었다.
한국은 27일(한국시간)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끝난 우루과이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1-2로 아쉽게 패했다.
비록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은 이번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적지 않은 쾌거를 이뤄냈다.
2002년 4강 신화가 단순히 홈 이점을 안고 얻어낸 성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1954스위스월드컵 이후 56년 간 월드컵 도전사에서 또 다른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은 1954년 대회가 처음이었다.
6.25전쟁 직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본을 제치고 본선 행 티켓을 딴 기쁨도 잠시, 본선의 결과는 참담했다.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대패했다.
세계의 벽을 실감한 한국이 다시 본선 무대를 밟는 데는 32년의 시간이 걸렸다.
차범근, 허정무, 최순호, 김종부 등 초호화 멤버를 등에 업고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에 무너지면서 1무2패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불가리아와 비기며 월드컵 첫 승점을 얻은 게 그나마 위안.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본선에선 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에 연달아 깨지며 3패로 힘없이 물러났다.
1994년 미국월드컵은 독일, 스페인, 볼리비아와 한 조에 편성됐다. 결과는 2무 1패. 승리가 예상됐던 볼리비아와 1-1로 비긴 것이 아쉬웠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역시 1무2패라는 보잘 것 없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석주가 멕시코 전에서 월드컵 본선 사상 처음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백태클로 퇴장당한 뒤 역전패 한 게 아쉬웠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마침내 기회가 왔다.
2002년 사상 처음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기적을 이뤄냈다.
히딩크 감독의 마법 속에 한국은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과 가진 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기록, 사상 처음 16강에 진출했다. 이어 이탈리아(16강전), 스페인(8강전)까지 침몰시켰다. 4강 신화는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1승1무1패로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원정 첫 승(토고)을 거뒀고, 프랑스와 비기는 등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저력으로 2010년엔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