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민
“인대 끊어졌어도 야구 했는데 무슨 일을 하든 못하겠습니까”
삼성·두산 두번의 방출 통보 “아쉬움 남지만 새도전 할 것”2010시즌 후 두산에서 방출된 지승민(32·사진)이 파란만장했던 야구인생의 종지부를 찍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선수 지승민’이 아닌 ‘인간 지승민’으로서의 삶이다. 그는 유니폼을 벗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정말 후회가 없니?” 대답은 ‘예스’였다. 지승민의 삶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7년 11월 소집해제를 불과 3개월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로 왼쪽 어깨인대가 5개나 끊어졌다. 다시 공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큰 부상.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슴 쪽에 있는 인대를 끌어당겨 어깨인대와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고, 힘겨운 재활을 시작했다. 그 사이 몸담고 있던 삼성에서 방출됐다. 구단 통보에 절망했지만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2008년 6월 신고선수로 다시 파란색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 4월 17일 두산-삼성전에서는 그토록 서고 싶었던 마운드 위에 올라 공을 뿌렸다.
A형 간염으로 두 달 동안 또다시 휴식기를 가졌지만 7월 두산으로 트레이드돼 3번째 기회를 잡았다. 그 해 성적은 43경기 8홀드 1세이브 방어율 2.88. 화려하진 않았지만 계투조의 일원으로 제 몫을 해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았다.
그러나 2010년에는 12경기에 등판해 6.2이닝만을 소화했다. 승패 없이 1홀드. 그를 기다리는 건 또 한 번의 방출 통보였다.
그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죽을 힘을 다해 마운드에 다시 섰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고 했다. 물론 고민의 나날이었다. 지금껏 야구만 하고 살았는데 쉽게 결심이 설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선후배들을 보러 야구장에는 갈 거다. 다만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목소리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왔지만 “인대가 다 끊어졌어도 다시 공 던졌는데 뭔들 못 하겠습니까?”라며 웃는 그의 앞날에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