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와 함께하는 월드컵 과학] 19. 아르헨 축구의 특징

입력 2010-06-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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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1명의 스타가 팀 전체의 플레이를 주도해온 아르헨티나 축구를 대표하는 마라도나(왼쪽 첫 번째). 현역 시절 뛰어난 기량을 보였던 마라도나의 기량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비올라, 바티스투타, 메시(왼쪽 두 번째부터). 스포츠동아DB

마라도나·사비올라·바티스투타·메시…
아르헨축구를 키운건 8할이 스타였다
자유분방한 라틴 열정속 개인주의 강해
1명의 ‘판타지 스타’가 팀 플레이 주도
팀워크 중시 브라질과 스타일 전혀 달라
메시 원천봉쇄만이 아르헨전 필승해법


남미축구하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16강 진출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

혹자는 세계화 추세로 유럽축구와 남미축구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하지만, 국가별로 선수를 모아 판을 벌려보면 태생까지 숨기지는 못한다. ‘라틴’이란 말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인간상을 의미한다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축구는 진정 라틴스럽다.

라틴축구에 매혹된 축구팬은 공식에 대입하여 수학문제를 풀어가듯 경기하는 독일이나, 눈앞의 승리를 위해 덫을 설치하듯 경기하는 이탈리아 축구를 경멸한다.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축구로 체계화시킨 라틴의 플레이에서 관중은 축구에 관한 상상력을 자극 받는다. 축구경기의 속성이 ‘열정’이라면 그들은 가장 축구다운 축구를 할 줄 아는 혈통으로 월드컵무대에 서있다.

○남미축구의 두 얼굴

동일한 라틴 혈통을 지녔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축구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 특징은 두 국가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양국 모두 비극적 피식민국가의 역사를 가졌지만, 제국주의의 전형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브라질은 아프리카 출신 노예의 노동력을 활용한 농업국가로 발전했다. 반면 기후조건이 농사에 맞지 않았던 아르헨티나는 광활한 초지를 이용해 노동력이 적게 드는 목축업을 발전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브라질은 인종 전시장이라 불릴 정도로 복잡한 문화적 프레임이 형성된 반면,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유럽’이라 불릴 정도로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선진화된 면모를 갖추게 된다.

상호의존적인 농경사회 특성으로 다양한 문화 장벽을 넘어서야 했던 브라질 민초는 생존을 위해 화합을 도모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한다.

하지만 자영업 속성이 강한 산업구조가 우세한 아르헨티나 국민은 개인주의 성향을 발전시킨다. 브라질을 상징하는 춤, 삼바는 리오카니발에서 볼 수 있듯 많은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즐기는 군무형식이지만, 아르헨티나의 탱고는 남녀 두 사람이 짝을 이루어 춘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와 판타지 스타 마라도나

‘펠레와 마라도나 중 누가 더 우수한 선수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개인적 역량만을 고려할 때 마라도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선수시절 브라질리그에서만 활약한 펠레의 명성은 당시 그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동료의 도움과 팀워크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세계를 방랑하듯 선수생활을 했던 마라도나는 상대적으로 주변에 우수한 동료가 적었고, 그들과 발을 맞출 기회도 적었다. 펠레는 동료의 능력을 융합하는 접착제 역할과 팀에 부족한 2%를 채워주는 화룡점정의 역할로 충분했다.

그러나 마라도나는 지하에 고여 있는 동료의 능력을 지상으로 분출시켜 승리를 애타게 갈구하는 국민의 목을 축여주는 펌프 역할을 부여받았다. 멕시코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 수비수 6명을 제치고 넣은 골은 개인역량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그 화려함으로 인해 그가 부여받은 승리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짐작케 한다.

○16강 해법- 판타지 스타를 혼란시켜라

브라질은 필드에 서있는 모든 선수가 조화로운 움직임을 통해 각자의 신명을 증폭시키며 플레이 한다. 그 속에도 걸출한 스타가 존재하지만, 그들의 지분은 크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질 축구는 강하다. 상대팀이 브라질 스타 중 한 명을 철저히 봉쇄하는 순간, 경기장은 그 즉시 다른 스타의 출현을 알리는 무대로 탈바꿈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1명의 판타지 스타가 팀 전체의 플레이를 주도하는데 경기를 풀어가는 상황에서 그가 보유한 지분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선수의 우수성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런 아르헨티나 축구의 특징은 마라도나를 기점으로 전통으로 굳어진 듯하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 도전할 때마다, 선수 중 한 명이 ‘제 2의 마라도나’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대형주주의 계통은 마라도나, 사비올라, 바티스투타, 그리고 메시로 이어진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메시에 대한 마라도나 감독의 칭찬은 광신도 수준에 이른 느낌이다. 아르헨티나와 결전을 앞둔 태극전사의 당면 목표는 ‘메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전의 필승전략은 개인으로서 메시를 잡고, 팀 대표로서 메시를 혼란시키는 방안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사실 만족할 만한 답은 없다.

축구에서 수비수 역할은 공의 맥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지만, 농구의 수비수는 상대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수준으로 족하다. 대량실점이 불가피한 농구의 속성상 원천봉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수비에서는 상대가 귀찮을 정도로 물고 늘어져 지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러 조건을 감안컨대 아르헨티나에 대한 수비는 농구식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양 팀의 스펙을 감안컨대 어차피 공수 모두에서 난타전은 불가피하다. 태극전사 전원이 그 난타전을 진정으로 즐길 때 우리는 승리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태룡 KISS 선임연구원

실천형 스포츠 애호가
스포츠사회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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