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 심판한테 안 들키면 돼”
■ 차두리 튀는 해설에 배꼽아버지와 함께 독일전 공동해설
“학창시절 별명 말 많아서 라디오”
선수 경험 바탕한 솔직 해설 신선
차붐 부자가 수준급 입담을 과시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 기간 동안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중계석을 지켰고, 아들 차두리는 태극전사의 일원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이번에는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4일(한국시각)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끝난 아르헨티나-독일의 대회 8강전에서 부자는 공동해설을 했다. 차두리가 남아공에 짐을 두고 와 한국행이 잠시 늦어지는 바람에 우연찮게 자리가 만들어졌다.
독일월드컵 이후 4년 만에 호흡을 맞춘 차붐 부자의 공동해설에 네티즌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독일에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며 선진 축구를 빠짐없이 챙겨보는 것으로 알려진 차두리의 풍부한 지식과 월드컵을 두 차례나 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살아있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독일 공격을 이끈 외질과 후반 투입된 얀센에 대해 “새로운 독일축구의 선봉장이다“ ”얀센은 체력이 좋아 나도 몸싸움을 꺼린다”며 상세한 소개를 곁들였다. “자블라니를 직접 차보니 먼 거리에서도 위협적이었고 훈련할 때 애를 먹었다”는 에피소드와 더불어 “문전 앞에서는 선수들끼리 서로 밀고 당기고 꼬집기도 한다. 심판에게만 안 들키면 된다”고 솔직하게 말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학창 시절 별명이 뭐였냐는 캐스터의 돌발 질문에는 “숙소에서 너무 시끄럽고 말이 많아서 라디오라는 별명이 있었다”고 털어놔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아들의 신선한 해설에 차범근 해설위원도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직후 전화 통화에서 “두리를 보면 축구를 하는 것뿐 아니라 축구를 보는 눈도 예전에 비해 확실히 성숙해졌다는 걸 느낀다. 전문가적인 시각과 유럽 축구에 대한 박학다식함을 보면 나도 가끔씩 깜짝깜짝 놀랄 정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제 내 자리를 내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차붐 부자는 잠시 또 헤어져야 한다.
차 위원은 케이프타운에 남아 우루과이-네덜란드의 4강전 등 남은 주요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메디컬테스트를 순조롭게 마치고 스코틀랜드 셀틱과 2년 계약을 맺은 차두리는 5일 귀국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