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흙투성이 유니폼은 뛰는 자의 자부심”

입력 2015-07-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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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민우의 유니폼은 늘 흙투성이다. 매 경기 슬라이딩을 하다보니 유니폼이 찢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나 스스로는 ‘더러워진 유니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무조건 뛰어야 사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 더러워야 웃는 남자


도루 1위 NC 박민우가 사는 법

“난 출루가 숙명인 1번 타자
나갔다하면 견제구 날아와
유니폼이 남아나지 않지만
옷 깨끗한 날은 팀에 미안”


“그날 유니폼이 더러워지지 않으면 아쉽다는 (박)해민이 형의 말, 저도 공감해요.”

매 경기 유니폼이 더러워져야 사는 남자, 시즌이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찢어진 유니폼 바지만 벌써 몇 개인 남자. NC 박민우(22)의 얘기다. 박민우는 7일까지 30도루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매 경기 뛰다보니 유니폼 하의가 찢어지는 일은 다반사다. 그라운드의 흙 때문에 물든 유니폼 상의는 빨아도 물이 빠지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박민우는 “더러운 유니폼은 뛰는 타자들의 숙명”이라며 “오히려 그날 유니폼이 깨끗하면 ‘오늘 야구를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팀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 캠프부터 하의 3∼4장 찢어져…홈 5장·원정 2장으로 대비

박민우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7장이 넘는 유니폼 바지를 준비했다. 홈경기용으로 5장, 원정경기용으로는 별도의 여벌 바지 2장을 따로 챙겨뒀다. 그는 “시즌을 치르다보면 유니폼 바지가 자꾸 찢어진다”며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슬라이딩 연습을 많이 하다보니 바지가 3∼4장 찢어졌다. 시즌에 들어가면서 홈유니폼 바지 5개를 주문했는데, 또 찢어져서 얼마 전에 2∼3개를 추가로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슬라이딩을 하기 때문에 바지가 해지고 닳아서 찢어지기 일쑤다. 그는 “지난해 경험해봤더니 홈경기 때는 괜찮은데, 원정경기 때는 바지가 찢어져서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더라.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원정경기용으로 버스에 따로 바지 2개를 아예 준비해놓았다”며 “상의는 잘 찢어지지 않는데, 흙에 물들어서 빨아도 안 깨끗해지면 그때 바꾼다”고 설명했다.


● 출루하면 무조건 더러워지는 유니폼

박민우에게 더러운 유니폼은 ‘자부심’이었다. 그는 팀의 1번타자다. ‘출루’가 제1과제다. 출루하면 필연적으로 유니폼에 흙이 묻는다. 박민우는 “꼭 도루가 아니더라도 1루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가 견제를 하기 때문에 항상 그라운드에 넘어진다. 유니폼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NC 홍보팀 관계자는 “언젠가 어느 구장 흙에서 변 냄새가 심하게 난 적이 있는데, (박)민우가 득점에 성공하고 덕아웃에 왔더니 냄새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손사래를 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더라”고 귀띔했다. 박민우는 “냄새가 나긴 했는데 계속 맡다보니 적응이 되더라. 오히려 동료들에게 (냄새 나는) 유니폼을 흔들면서 장난을 쳤다”며 해맑게 말했다. 이어 “더러운 유니폼은 뛰는 타자들의 숙명이다. ‘그날 유니폼이 깨끗하면 아쉽다’는 (박)해민(삼성·25)이 형의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나 역시 경기 후에 유니폼이 더러워야 ‘오늘 열심히 했구나’ 싶다. 그러니까 유니폼이 찢어져도, 더러워져도 난 괜찮다”며 환하게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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