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의 눈’ 사로잡은 ‘닥터 K 차우찬’

입력 2015-11-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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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우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4일 멕시코전 6연속 삼진 포함 ‘K 퍼레이드’
김병현, 방콕AG 8연속 K 이후 메이저리그행
차우찬, 내년 FA…ML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


이만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닥터K’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삼성 마운드의 핵 차우찬(28)이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14일 멕시코전에서 그가 보여준 ‘탈삼진 쇼’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차우찬은 멕시코전에서 팀 승리의 징검다리가 되며 8강 확정에 힘을 보탰다. 4-2로 앞선 5회 1사 1루서 한국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무엇보다 3이닝 동안 아웃카운트 9개를 처리하면서 탈삼진만 무려 8개를 기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차우찬은 가장 중요한 순간 등판해, 가장 필요한 투구를 해줬다. 한국은 초반 4-0으로 달아나며 쉽게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이후 4-3까지 쫓기며 낭패를 볼 뻔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우찬이 경기 중·후반 3이닝을 지워주면서 1점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차우찬의 탈삼진 쇼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특히 6회 선두타자 야디르 드라케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7회까지 6연속타자 탈삼진을 기록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공 끝이 살아있는 높은 직구에, 날카롭게 휘어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멕시코 타자들은 계속 방망이를 헛돌렸다. 야구계에선 ‘차우찬이 제대로 긁히는 날이면 아무도 못 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날이 그날이었다.

2006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은 올 시즌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탈삼진왕에 올랐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불펜에서 활약해 탈삼진왕이 될 기회가 없었지만,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면서 ‘탈삼진 머신’의 위용을 마음껏 발휘했다. 173이닝 동안 193개의 삼진을 잡아 9이닝당 탈삼진수가 무려 10.04개에 이르렀다.

한국 투수가 국제대회에서 이처럼 시원한 탈삼진 쇼를 펼친 것은 오랜만이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당시 김병현(36·현 KIA)의 ‘K 퍼레이드’를 연상시킨다. 당시 성균관대 2학년이던 김병현은 중국과의 준결승 4회 선발 김원형을 구원등판해 9회까지 6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8연속타자 탈삼진을 비롯해 무려 12개의 삼진을 낚으며 9-2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은 이 경기로 인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듬해인 1999년 애리조나와 계약하면서 빅리그 진출의 기회를 얻었다.

차우찬은 내년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프리미어 12 대회에 몰려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멕시코전에서 보여준 차우찬의 탈삼진 쇼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멕시코 마이크 브리토 감독도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차우찬과 박병호(넥센)가 아주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브리토 감독은 오랫동안 LA 다저스 스카우트를 지낸 인물이다.

8일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2이닝 1실점으로 몸을 푼 차우찬은 이날 멕시코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앞으로 그의 비중은 더 커지게 됐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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