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하재훈.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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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못 넘으면 우리 우승 못합니다.”

SSG 랜더스 하재훈(33)은 시원한 목소리로 후배의 앞길을 응원했다. 의미 있는 기록을 스스로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기록에 대한 미련은 결코 없어 보였다.

하재훈은 SSG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선수다.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해 SSG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타자’ 하재훈이다. 투수로 활약하던 2019시즌 마무리를 맡아 36세이브를 수확한 바 있다. 과거 SK의 전성기를 이끈 이승호, 정대현, 정우람 등도 36세이브 고지는 단 한 번도 밟지 못했다. 이 기록은 4년이 흐른 현 시점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록의 주인공인 하재훈은 어깨 부상 때문에 2022년부터 타자로 전향했다. 자신의 기록에 스스로 도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올 시즌 그의 기록을 위협할 만한 후배가 등장했다. 바로 서진용(31)이다.

올 시즌 SSG의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서진용은 6일까지 25경기에 등판해 1승19세이브, 평균자책점(ERA) 0.71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세이브 부문에서 압도적인 리그 선두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하재훈의 36세이브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SSG 서진용. 스포츠동아DB

SSG 서진용. 스포츠동아DB


하재훈은 후배의 대기록 도전을 ‘격하게’ 응원했다. 그는 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2-1 승리 직후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듣자마자 “당연히 깨야하지 않나. 그 기록(36세이브)을 못 깨면 우리 팀이 우승을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기록이 깨질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깨지라고 있는 게 기록이다. 나도 지금 타자 누군가의 기록을 깰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하재훈은 이제 투수가 아닌 타자로 후배 서진용의 세이브 신기록 수립을 돕는다. 최근 외야수로 공·수에 걸쳐 맹활약하고 있는 그는 6일에도 결승타와 호수비를 통해 9회말 서진용이 등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다. 초접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서진용은 볼넷만 3개를 내주는 등 진땀을 흘렸지만, 끝내 아슬아슬한 1점차 리드를 지켜내며 시즌 19세이브째를 챙겼다. 하재훈의 응원을 등에 업은 서진용이 안정감을 더 높여 구단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광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