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고우석(왼쪽), KT 박영현. 스포츠동아DB
‘끝판대장’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이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개척하고 있는 가운데 ‘돌직구’를 보며 자란 후배 투수들도 그가 세운 이정표를 따라 걷고 있다.
“내 꿈은 마무리투수”라고 밝히는 아마추어선수는 이제 더 이상 드물지 않다. 투수의 보직이 여러 갈래로 나뉜 뒤에도 마무리투수가 되길 희망하고 나선 선수는 분명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흔해졌다. 올해 신인들 중 전체 1순위로 지명받은 김서현(한화 이글스)의 꿈도 마무리투수였다. 돌덩이 같은 구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박영현(KT 위즈), 최준용(롯데 자이언츠)도 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서 있는 순간을 그린다.
한국야구의 미래들이 마무리투수를 꿈꾸게 만든 배경에는 오승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대표팀의 마무리투수로 거듭난 고우석(LG 트윈스)을 비롯해 박영현, 정해영(KIA 타이거즈) 등 여러 투수들은 아마 시절부터 그를 롤모델로 삼아왔다. 박영현은 지난해 수원을 찾은 원정팀 삼성의 덕아웃까지 찾아가 오승환과 만남을 고대하기도 했다. 오승환의 오랜 팬임을 밝힌 박영현은 그와 ‘셀카’ 찍고 연락처를 교환한 뒤 마운드에선 뛰어난 구위로 우상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당시 오승환은 “앞으로 대표팀에서 뛰어야 할 선수”라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지금 현역 마무리투수로 뛰거나 차세대 후보로 떠오르는 선수들 대부분은 ‘오승환의 시대’를 살았다. 이들은 모두 오승환이 2005년 데뷔한 뒤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 메이저리그(ML)를 거쳐 전인미답의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를 쌓은 19년간 초·중·고교를 다니며 TV 앞이나 관중석에서 그를 보고 배웠다.
그 중 고우석은 충암고 시절인 2015년 한신 타이거즈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던 오승환을 보며 꿈을 키웠다. 자신 또한 오승환처럼 키가 180㎝ 안팎으로 아주 크진 않아도 큰 무대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강력한 구위를 지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이제 시속 155㎞ 이상의 빠른 공을 너끈히 던지는 투수가 된 고우석은 지난해 42세이브를 수확하기도 했다.
‘살아있는 전설’인 오승환은 앞으로도 후배 투수들의 길잡이가 될 전망이다.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묵직한 ‘돌직구’를 던지던 전성기에 비해선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베테랑이 된 뒤에도 여러 구종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완급을 조절하는 관록으로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앞으로 22세이브를 추가하면 KBO리그 최초의 400세이브라는 또 하나의 이정표도 세울 수 있다. 후배 투수들에게도, 오승환에게도 강한 동기가 될 듯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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