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이 수록된 4집 ‘사랑이 지는 이자리’ 앨범 이미지. 사진제공|윈드밀이엔티·스타이엔티
<28> 이선희 - 아름다운 강산
다음 달 초 평양에서 열릴 우리 예술단 공연에서 출연가수들은 북한에 잘 알려졌거나 정서에 맞는 각자의 대표곡을 부른다. 이선희는 2003년 류경 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에서도 불렀던 ‘J에게’와 ‘아름다운 강산’을 이번 무대에서 다시 노래한다. ‘아름다운 강산’은 한반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어 북한에서도 거부감 갖지 않을 선곡이다.
실제 ‘아름다운 강산’은 시대와 이념을 초월해 수십 년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아름다운 강산’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작사, 작곡해 1972년 발표했다. 그의 아들인 기타리스트 신대철에 따르면 당시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박정희 찬양가를 만들라는 청을 거절하면서 한민족 전체에 바치는 곡으로 만든 역작이다. 러닝타임만 10분10초에 이른다. 박정희 정권은 신중현 노래를 대거 금지곡으로 지정했고, 1974년에는 5년간 활동금지 조치를 당했다. 1980년 해금 후 ‘신중현과 뮤직파워’를 결성한 신중현은 ‘아름다운 강산’을 8분5초짜리로 다시 녹음해 수록했다. 이선희는 이를 바탕으로 1988년 리메이크하면서 ‘아름다운 강산’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계기가 됐다. 신중현이 부른 ‘아름다운 강산’이 장엄하고 비장하다면, 이선희 버전은 박력 있고 에너지 넘친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때, 친박 단체들도 태극기를 들고 맞불집회를 벌이며 ‘아름다운 강산’을 불렀다. 이에 신대철은 박정희 딸인 박근혜를 위한 집회에서 이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소리쳤다.
좋은 음악은 사상과 이념,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다. ‘아름다운 강산’의 탄생과 소비실태를 되돌아보니 결과적으로 좌우 이념을 넘었고, 남과 북의 경계를 넘었다. 인생은 길흉화복을 점칠 수 없는 새옹지마. 노래도 그렇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