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한 장’을 만들다, 후지 Instax Mini 25

입력 2012-04-13 1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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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로 인화한 사진에는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있다. 빛이 조금 바랜 귀퉁이는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언제 적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뒷면의 메모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이렇게 앨범 한 장 한 장에 정성스레 끼워 넣었던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추억이 살아나기 마련이다. PC 폴더에서 대량으로 보관하고 있는 디지털 이미지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성이리라. 필름카메라의 매력이 바로 이것이다.

그중에서도 단 한 장뿐인 사진은 더욱 소중하다. 마치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찰나처럼, 이 사진을 잃는다면 그때 그 추억은 심연 속으로 빠져서 영영 찾지 못할 것만 같다. 복제가 불가능한 단 한 장의 추억, 그것이 흔히 폴라로이드라고 불리는 즉석카메라가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게 된 이유다.


사실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즉석카메라는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과거 즉석카메라가 일반 필름카메라에 맞설 수 있었던 이유는 즉석에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반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확인하려면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거나 암실에서 직접 사진을 현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는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모두 날려버렸다. 촬영 즉시 LCD 화면으로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PC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인쇄까지 가능한 디지털카메라를 상대로 즉석카메라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무해 보였다.

그러나 즉석카메라는 결과적으로 살아남았다. 필름카메라 시장이 급속도로 몰락하면서 동네 사진관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스스로 필름을 현상할 줄 모르는 일반인들은 필름카메라에 작별을 고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즉석카메라는 별도의 현상이 필요하지 않아, 꾸준한 수요를 유지했다. 현시점에서 즉석카메라는 일반인이 누릴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의 마지막 보루다.

이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즉석카메라는 후지 인스탁스 미니(Instax Mini)시리즈인데, 최근에는 ‘인스탁스 미니25’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리뷰 할 인스탁스 미니25 화이트(이하 미니25)는 제품 전면이 유백색으로 디자인된 모델로, 가격은 191,000원이다.


셀카, 밝기조절, 가로촬영, 모두 OK


미니 25는 투박하지 않고 귀여운데다 무게도 가벼워서 간편하게 들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외모를 지녔고 색 또한 어딘지 모르게 여성스럽다. 물론 깔끔함과 화사함을 추구하는 남성들에게도 어울리겠지만, 여성들에게 더 인기가 많을 것 같이 생겼다.



FUJI FILM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전면에는 플래시와 뷰파인더, 셀프미러, 그리고 렌즈가 달려 있다. 셀프미러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즉석카메라와 그리 다르지 않다. 셀프미러는 소위 ‘셀프카메라’를 위한 조그만 거울이다. 원래 즉석카메라로 셀프카메라를 찍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특히 두 명 이상을 찍을 때는 더 그렇다. 어림잡아 찍으면 한 명의 얼굴이 잘린 채로 사진이 나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즉석카메라의 필름 값이 비싼 것을 생각했을 때 아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셀프미러다. 셀프미러는 카메라 앞에 부착되어 있는데, 미러에 비친 얼굴을 보고 찍을 수가 있어 사진이 잘못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후면에는 왼쪽에서부터 Light/Dark 조절 모드버튼, 플래시/야외 촬영용 버튼, 상태표시 액정, 전원 버튼이 있다. Light/Dark 조절 모드는 사진의 밝기를 조절하는 버튼인데, 광량이 너무 많거나 적다 싶을 때 쓴다. Power 버튼을 눌렀을 때 기본적으로 액정에 아무것도 뜨지 않는 상태가 표준 모드다. 한 번 누르면 Light 모드, 두 번 누르면 Dark 모드, 다시 한 번 더 누르면 다시 표준 모드로 돌아온다. 그러나 뷰파인더로 볼 때는 지금 밝기가 적당한지 알기 쉽지 않다. 그래서 차라리 표준모드로 놔두는 편이 나을 때가 많다.


보통 즉석카메라라고 하면 세로 촬영 기능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카메라는 가로 촬영이 쉽도록 셔터를 두 개 마련했다. 전면 렌즈 옆에 하나, 오른쪽 측면 하단에 하나가 있다. 일반적으로 세로 촬영을 할 때는 전면 버튼을 쓰면 되고, 가로 촬영을 할 때는 카메라를 눕힌 후 측면 버튼을 쓰면 된다. 손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갈 수 있도록 셔터가 장착되어 편하다.



필름을 공급하려면 카메라 하단 부분에 Film이라고 써 있는 버튼을 아래로 당기면 된다. 그러면 카메라 뒷 덮개가 열리면서 필름을 장착하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서 다 쓴 필름 케이스를 빼고 필름을 넣으면 된다. 주의할 점은 필름 교환 후 셔터를 한 번 눌러서 첫 장을 출력해야 한다는 것. 필름의 맨 첫 장에는 사진이 나오지 않는데, 일종의 겉표지인 셈이다.


미니25로 직접 사진을 찍어보았다. 전반적으로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사진의 화질이 높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특정 대상, 이를테면 정물을 찍었을 때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거나 흐릿하게 나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 때까지 같은 사진을 반복해서 찍을 수도 없다. 즉석카메라의 필름 가격은 개당 약 1,000원. 아무리 찍어도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디지털카메라와는 다르다. 한 장 한 장의 가격이 비싸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작은 사진 크기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미니25로 찍은 사진은 담뱃갑 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매우 작다. 단체사진이라도 찍게 된다면 사람의 얼굴이 콩알만 하게 나오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콧등의 땀구멍까지 보이는 고화질 디지털 이미지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렇듯 모두가 즉석카메라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어느 물건이 그렇듯이, 그 물건이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즉석카메라에 애정을 표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아직까지 사람들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비록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필름 값도 비싸고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는다며 투덜대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몇 번의 도전 끝에 제대로 나온 사진 한 장을 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추억, 자신만의 사진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즉석카메라로 사진 찍기에 도전해 봐도 좋을 듯하다.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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