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무기한실격합당한가’8개구단24명에물었더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7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16일 새벽 만취상태에서 경비원과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수근(31)에 대해 롯데가 요청한 임의탈퇴 공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한 실격’ 처분을 내렸다. 한국프로야구 27년 역사상 처음이다.
정수근은 2004시즌에도 비슷한 사건에 연루돼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엔 롯데의 자체 징계가 풀리고, KBO의 징계가 해제될 때까지 팀 훈련 참가가 가능했고, 원칙적으로 연봉도 지급됐지만 무기한 실격선수는 일체의 자격과 권리가 상실된다. 한마디로 프로야구에서 ‘파문’된 셈이다.
아울러 KBO는 롯데의 임의탈퇴 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데 대해 “무기한 실격선수가 훨씬 더 중징계이기에 굳이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의탈퇴는 1년 경과 후 롯데의 판단에 의해 복귀가 가능해지지만 무기한 실격선수는 야구규약 제7장 제56조에 의거해 소속팀의 의사에 관계없이 KBO 총재에게 권한이 주어진다. 또 설혹 복귀가 허락돼도 롯데하고만 계약할 수 있고, 이전 FA 잔여계약은 전부 무효 처리된다.
○ 등 돌린 현장, 외로운 정수근
영구제명과 달리 무기한 실격선수에게는 복귀의 길이 열려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프로야구선수 정수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현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비록 17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피해자측과 합의를 이뤘다해도 복귀가 험난할 것이란 추론이 어렵지 않다.
<스포츠동아>가 긴급 실시한 8개 구단 단장, 감독, 주요 선수 설문에서도 “정수근이 잘못했다”는 반응은 절대 다수였다. 롯데 팀 동료인 조성환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정수근의 해명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란 소수의견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한 두번도 아니고, 부적절한 행실이다”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KBO의 무기한 실격 처분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수긍하는 반응이 우세했다.
○ ‘사면초가’ 롯데, 돌파구는 없나?
과정이야 어찌됐든 또 다시 폭행사건이란 참담한 결과를 빚어 수감까지 됐던 정수근의 재기 가능성에 대해 현장은 “지금 그걸 논할 계제가 아니다”란 분위기가 짙었다. 한화 모 선수는 “임의탈퇴보다 강한 철퇴를 맞은 만큼 최소한 내년 시즌까지 쉬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롯데의 4강행이 위기에 처한 시점에서 터진 정수근 사태에 대해 “롯데가 4강에서 탈락할 경우 정수근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이인구나 김문호로 대체 가능하다”라고 언급했지만, 당장 18일부터 잠실에서 롯데와 주말 3연전을 펼치는 LG에서는 “정수근이 없으니 좀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이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가 정수근의 공백으로 가라앉을지, 분위기 쇄신의 계기로 삼을지는 로이스터의 리더십에 달렸다”라고 분석했다.
○ 파국은 피했다?
선수 권익을 대변하는 기구인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선수협 권시형 사무총장은 17일 “법원의 판결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단이나 KBO가 성급하게 징계를 결정한 부분은 아쉽다”면서도 “(무기한 실격 처분에 대해서는) 잘못된 부분은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적어도 선수로서 회생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권 총장은 또 “부산에서 정수근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어본 뒤 앞으로 선수협의 대처방안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대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