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이었다. 29일 대구의 최고 기온은 섭씨 35도. 여기다 인조 잔디의 지열까지 발생한 대구구장은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고, 숨이 턱 막혔다. 오죽하면 SK 김성근 감독 입에서 “오늘 이기는 팀이 3연승한 걸로 합의 보면 안 될까? 승부치기보단 낫잖아?”란 농담까지 나왔다. 선수들도 대구 더위에 질린 듯 나주환은 “아홉 명씩 가위바위보로 승부내면 어떨까요?”라고 했고, 이진영은 “사람 삶아먹을 더위”라고 비명을 질렀다. 김상영 기록원은 “예전엔 41도에서 야구한 적도 있다”라고 기억했다. 이렇게 살인적 더위 속에서도 삼성과 SK 선수, 코치들은 정상적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나 SK의 주력 선수들이 헉헉거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29일 1군 등록된 내야수 김동건은 쌩쌩한 듯 보였다. 2군 선수들은 경비 절감 등의 이유로 낮에 경기를 치르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실제 김동건은 “저는 익숙해요”라고 답했다. 김동건은 “얼마 전 KIA 2군과 경기가 있어서 전남 함평에 간 적이 있는데 지금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경기 시간을 오전 10시대로 당겨버릴 정도였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그렇게 찌는 날 필드에 서 있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투수가 볼을 남발하면 원망스러울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김동건은 “8월 올림픽 브레이크 때 경기 감각 차원에서 1군 선수들을 2군 경기에 내보낸다는데 더위와 햇볕에 적응 못하면 오히려 2군 선수가 더 잘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동건을 만나고 비로소 작렬하는 태양 아래 잔뜩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의 야구가 2군 선수들에겐 일상이란 자각이 들었다. 꿈을 가진 인간은 그래서 무섭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