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팬들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과 이영표(32.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휘 아래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에서 뛰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지켜본 적이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이후 네덜란드를 떠나 프리미어리그에 동반진출했으나, 각각 맨유(박지성)와 토트넘 핫스퍼(이영표)에 입단해 더이상 유럽무대에서 손발을 맞추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비록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4명의 한국 선수가 나란히 뛰며 유럽무대를 호령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 여자 핸드볼 분데스리가의 히포 니더외스터라이히(이하 히포방크)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출신 센터백 오성옥(37)을 비롯해, 라이트백 명복희(30), 피봇 김차연(28), 골키퍼 문경하(28) 등이 주인공이다.
2004아테네올림픽과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내며 우생순 신화를 일궈낸 오성옥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구단 및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 팀의 맏언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성옥과 함께 두 차례 올림픽에 나서 한국여자핸드볼의 역사를 써낸 명복희와 김차연 역시 세계무대에서 발휘한 출중한 기량을 프로팀에서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히포방크 유니폼을 입은 문경하는 서서히 팀에 적응하며 출장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히포방크는 9명의 자국 출신 선수 외에도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4명), 헝가리(3명), 독일(1명) 등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와 전력을 꾸리고 있지만,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현재 2008~2009 유럽핸드볼연맹(EHF)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출전 중인 오성옥은 31골을 기록하며 팀내 득점순위 6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김차연(24골), 명복희(19골)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히포방크는 이들에게 국내 실업팀에서 뛸 때보다 3배나 많은 연봉과 주택, 차량을 제공하며 실력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
국내에 비해 좋은 시설과 체계적인 환경, 등 핸드볼 선수로 생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여건이다.
그러나 먼 이국땅에서 외롭게 공을 던지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다행히 한 팀에서 뛰며 서로를 의지할 수 있지만 낯선 환경과 언어 문제, 한국에 있는 가족, 친지들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동양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시기와 차별도 이들의 발을 무겁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실력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고, 인정을 받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 4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거둔 히포방크는 지난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빌보르HK와의 본선 B조 최종전에서 31-33, 2점차로 아깝게 패했다.
이날 패배로 5승1패 승점10, 득실차 +29를 기록한 히포방크는 빌보르(5승1패 승점 10, 득실차 +30)에 1골 뒤진 2위를 차지했지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006~2007대회에서 4강에 오른 뒤 3시즌 연속 이뤄낸 쾌거였다.
오는 4월 죄르 아우디 ETO(헝가리)와 대회 준결승 1, 2차전을 펼치는 히포방크는 지난해 대회 준우승에 머무른 한을 이번 대회를 통해 풀겠다는 각오여서 한국인 4인방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코리아´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이들이 유럽의 정상에서 환호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