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 춘하추동] ‘리틀야구장 철거’ 서울시의 궁색한 해명

입력 2009-1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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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춘하추동’에서 언급한 장충 리틀야구장 철거와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언론해명서’라는 이름으로 필자에게 메일이 왔다. 내용은 주차공간도 협소하고 라커룸이나 화장실이 열악하고 도심의 소음도 많아 쾌적한 시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이다. 즉 유소년야구를 위해 철거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말미에는 장충 리틀야구장이 있던 공간은 남산 제모습찾기 일환으로 숲을 조성한다는 말로 결론을 맺고 있다.

서울시의 성의 있는 해명서는 고맙기는 하지만 그동안 국제대회를 준비해온 리틀연맹이나 대한야구협회와 진지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권위주의, 탁상행정이라는 말도 나올 법 하다. 실제 장충 리틀구장은 2년 전 서울시 예산으로 개보수를 마친 상태라 현재는 크게 부족한 면이 없다고 한다.

그간 서울시 조례에 모든 체육시설은 시 외곽으로 내보낸다는 조항이 새롭게 신설되었는지는 몰라도 결국 어린이들을 위한 체육시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생각보다 우선 철거라는 계획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튼 해명서의 설명대로 진정 유소년야구를 위한다면 현장을 찾아 살펴보고 연맹이나 협회관계자들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심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남산숲 조성이 서울시민을 위하는 것이라면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와 학부모, 여성 스포츠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유소년야구를 지켜보는 야구팬들도 서울시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산 제모습 찾기에 반대할 서울시민은 없다. 단지 말 못하는 어린이들과 힘없는 여성 스포츠인에게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들을 보호하고 육성하지는 못할 망정…. 그렇지 않고는 해명서라기보다 변명서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 것이다.

현재 전국의 많은 어린이 스포츠팀이 지자체 중심으로 지원·육성되고 있다. 국가의 교육정책에 따라 방과 후 체력단련을 위해 클럽형식으로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리틀야구도 그중 하나다.

클럽스포츠는 유망선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협동심과 희생정신을 함양시키고 규칙을 통해 법정신을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힌다는 뜻이 담겨 있다. 즉 단체정신을 키우는 마당이다. 현 통일부 현인택 장관도 제주도 초등학교 시절 뛰어난 투수로 활약했다고 한다. 이처럼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이 기회를 통해 냉철히 생각해 봐야 한다.

남산주변 덩어리는 놔두고 끝자락에 손바닥만한 어린이 놀이터를 없애고 남산을 원상복구한다는 서울시의 원대한 궁리가 자칫 인간육성이 소나무 몇 그루보다 못한 꼴이 될까 그것이 걱정이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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