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회 출루 후 도루·득점 성공하는 아두치의 ‘득점 공식’ 눈길
# 7월 7일 잠실 롯데-LG전
1회초 롯데 1번타자 아두치는 좌전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그는 2번타자 김문호 타석 때 초구에 2루 도루를 감행했다. 2루에서 산 아두치는 김문호의 우전안타 때 3루를 밟았고, 1사 후 최준석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선취득점을 올렸다.
# 7월 1~2일 마산 롯데-NC전
아두치는 두 경기 모두 1회초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만한 카운트에 정확히 공을 노렸다. 아두치는 김문호 타석 때 곧바로 2루를 훔쳤다. 모두 2구째 공. 1일 경기에선 외야 뜬공 2개로 3루와 홈을 차례로 밟았고, 2일 경기에선 상대 실책과 내야 땅볼로 득점에 성공했다.
롯데의 새로운 득점 공식이 생겼다. 아두치가 도루하면, 가볍게 선취점을 올리는 것이다. 이종운 감독도 “선취점이 이렇게 나오면 경기가 편해진다”며 만족해했다.
롯데는 6월 한 달 동안 단 한 차례의 위닝시리즈도 챙기지 못했다. 6승15패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월간 승률(0.286)을 기록했다. 그 사이 팀 순위도 5위에서 8위까지 추락했다. 마운드 붕괴와 맞물려 타선도 무너졌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그래도 7월 들어 선취점을 낸 4경기에서 3승1패를 거뒀다. 4경기 중 3경기에서 아두치의 발이 선취점을 만들었다. 이 감독은 아두치에게 ‘그린라이트’를 줘 과감하게 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두치도 점차 KBO리그 투수들을 알아 가면서 도루에 눈을 뜨고 있다. 8일까지 15도루로 이 부문 10위다. 도루 성공률은 0.789(19회 시도 중 15회 성공)다.
선취점은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선제압과 동시에, 선발투수에게는 부담감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롯데도 8일까지 선취득점시 24승12패로 0.667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kt(0.417)와 한화(0.588)를 제외하면, 나머지 8개 구단 모두 선취득점시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아두치는 잘 치고 잘 달리는, 리드오프의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다. 물론 타율(0.285)과 출루율(0.359)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득점’이라는 리드오프의 조건을 놓고 보면, 아두치는 좋은 1번타자다.
‘세이버메트릭스의 대가’인 빌 제임스가 고안한 ‘RC(Runs Created)’는 득점생산력을 의미한다. 출루율과 루타수를 비롯해 진루와 관련 있는 도루,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등이 반영된다. 도루 실패나 병살타 등은 수치를 깎는다.
‘RC/27’은 타자의 경기당 득점생산력을 의미한다. 아두치의 RC/27은 1번부터 9번까지 아두치가 배치돼 아웃카운트 27개(9이닝)를 혼자 소화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아두치는 6.95로 21위를 기록했다. 상위권 성적은 아니다. RC에 루타수가 크게 반영돼 있기 때문에 장타자들의 득점생산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1번타자만 놓고 보면, 아두치는 16위 한화 이용규(7.43)와 18위 두산 민병헌(7.30) 다음으로 높았다.
최근 프로야구는 출루율이 높고 빠른 타자를 선호하는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고 있다. 장타력을 갖춘 ‘강한 1번타자’를 선호하는 것이다. 두산 민병헌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13홈런을 때려낸 아두치는 타격 능력에 스피드까지 겸비한 모양새다. 아두치가 만든 새 득점 공식이 롯데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