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의 목표는 분명하다.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 지난 해 본선 티켓을 따낸 뒤부터 허 감독이 다짐해온 목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리스와의 1차전(6월 12일)을 반드시 잡아야한다.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첫 경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6강을 향한 첫 골의 축포는 누가 터뜨릴까.
스포츠동아는 월드컵 개막 D-100일을 맞아 2월 말 국내 축구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대상은 프로구단(15개 구단 각 5명씩)과 축구협회 및 각 연맹, 축구해설위원 등으로 조사기간은 1주일간이었다.
질문 내용은 ▲남아공월드컵 첫 골의 주인공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 ▲16강 진출을 위해 보완해야할 점 ▲남아공월드컵의 변수 등이다.
우선 축구인들이 예상하는 첫 골의 주인공은 박주영(AS 모나코)이다.
설문 대상 100명 중 총 62명이 박주영을 꼽았다. 절반이 훨씬 넘는 축구인들이 박주영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안착한 이청용(볼턴)이 21표로 2위를 기록했고, 박지성(10표·맨유) 기성용(4표·셀틱) 이동국(2표·전북)이 뒤를 이었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골 주인공은 박창선(1986년) 황보관(1990년) 홍명보(1994년) 하석주(1998년) 황선홍(2002년) 이천수(2006년) 등이었다.
축구인들이 박주영을 선택한 이유는 허정무호에서 가장 뛰어난 골 감각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축구인들은 “올해 가공할 득점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박주영이 한국에 희망을 전해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주영은 2월 초 오른쪽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팀의 확실한 원 톱으로 자리매김한 박주영은 정규리그 8골, FA컵 1골 등 총 9골을 몰아치며 두 자릿수 득점을 바라볼 정도로 폭발력을 과시했다. 기복 없는 경기를 해 안정감이 더욱 커졌다.
수비수를 상대하는 특유의 감각도 터득했다. 몸싸움도 일취월장했다. 헤딩 볼 경합도 수준급이다. 이는 장신 수비수로 구성된 그리스를 상대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영국의 월드사커가 최근 박주영을 집중 조명할 정도로 인지도도 높다. 월드사커는 ‘2006월드컵 이후 4년 만에 박주영은 완전히 달라졌다. 성숙했고, 영리해졌다. 독일에서의 실망에 대한 만회를 노린다’고 했다.
허 감독도 박주영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골대 앞에서의 마음가짐이나 공간 활용, 문전 움직임, 정확한 슛 등 모든 것에 만족감을 드러낸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발판이 될 박주영의 첫 골이 언제 터지느냐에 쏠려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