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여자핸드볼선수권 외부환경이 최대 적
강한 향신료에 배탈·습한 날씨·버스 부족
제14회 아시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은 단연 최강 전력이다. 세대교체를 단행했어도 ‘돌아온 명장’ 임영철 감독의 지휘 속에 압도적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런 우리 대표팀의 최대 강적은 사실 상대국들이 아니라 열악한 외부환경이다.
첫째 식사. 향신료가 강한 낯선 현지음식을 잘못 먹었다가 탈이라도 나면 낭패이기에 대표팀은 식료품을 두둑이 싣고 왔다. 그러나 9일 한국에서 공수한 쌀이 바닥났다. 중량 제한에 걸려 많이 못 가져온 데다, 경기가 열리는 날 점심은 꼭 한국 쌀로 밥을 해먹다보니 금세 떨어졌다.
둘째 날씨. 한국은 추워서 난리지만 인도네시아는 우기라 덥고 습하다. 경기장에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이다. 공이 끈적끈적해져서 플레이가 힘들고, 체력소모도 극심하다. 훈련장은 상태가 더 열악해 에어컨도 안 나온다. 게다가 스콜이 몰아치면 정전이 돼버려 설상가상이다. 어두컴컴한 데서 계속 경기를 한 적도 있다. 경기장 지붕에서 떨어지는 먼지와 벌레 때문에 경기 중 선수들이 기겁을 한 적도 있다.
셋째는 교통이다. 12개국이 출전했는데 버스가 6대뿐이다. 주최측이 구할 수 있는 버스는 다 구했다는데도 이 정도다. 결국 돌아가면서 타야 하기에 자칫 시간을 잘못 맞추면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른 차편은 없기에 훈련과 경기 외 외출은 언감생심. 바깥에서는 당연한 줄 알아도 아시아 최강의 길은 이렇듯 험난하다.
족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