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GD, 룰을 깨다③] LP의 부활…아날로그는 죽지 않는다

입력 2017-06-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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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아이유 LP. 사진제공|로엔엔터테인먼트

《영화 ‘옥자’와 가수 지드래곤의 새 앨범 ‘권지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옥자’는 29일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온라인 플랫폼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되지만 이에 맞서 국내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상영을 거부하고 있다. 지드래곤의 앨범은 휴대용 저장매체 USB에 음원을 수록하지 않은 채 다운로드 링크 방식을 담아 앨범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엇갈린 시선을 자아냈다.

하지만 ‘옥자’와 ‘USB 앨범’은 이제 더 이상 논란거리로만 남지 않는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또 다른 미래의 유통방식으로서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스포츠동아가 ‘옥자’와 ‘권지용’에 주목하는 이유다.

LP부터 ‘USB앨범’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문명이 이끈 음악매체의 변화를 훑는 것도 마찬가지다. 방송가 역시 이 같은 디지털 콘텐츠와 손잡지 않고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LP로 상징되는 아날로그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음도 목격한다.》

아날로그는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부각되는 LP의 인기는 최첨단 디지털시대에도 생명을 잃지 않는 아날로그문화의 저력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음악을 듣고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굳이 LP를 찾아 턴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이태원의 현대카드 바이닐&플라스틱은 아날로그 음악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문화공간. 하루에 700~800명이 LP를 구입하려 찾아온다. 가수 아이유와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가 얼마 전 한정판으로 출시한 LP는 내마자마 매진을 기록했다.

LP의 부활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국제음반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2008년 세계에서 500만장에 머물던 LP판매량은 2015년 3200만장으로 급증했다. 올해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LP와 그 관련 상품의 시장규모를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로 전망했다. 영국 로이터 역시 “LP가 1980년대 후반 전성기의 영광을 회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LP의 부활은 조금 느리게, 천천히, 원하는 앨범을 골라 음악을 재생하길 바라는 아날로그 감성의 공감대에 있다. 최근 확산된 복고열풍도 이에 불을 지폈다. 음반업계에서는 ‘향수’와 ‘추억’으로 상징되는 LP를 찾는 주요 소비층을 ‘중년’으로 꼽는다. 이를 증명하듯 17일부터 이틀간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제7회 서울레코드페어 ‘바이닐 페스티벌’에는 LP를 찾으려는 중년 음악팬이 집중적으로 몰렸다.

2004년 서라벌레코드의 경기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국내 생산이 중단됐던 LP제작도 다시 시작됐다. 제작사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이달 초 LP 생산 재개 소식을 알리며 “해외 주문 생산에 의존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용 절감은 물론 제작 기간 단축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LP의 부활은 관련 상품의 성장세까지 이끌고 있다. CJ몰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세 달간 턴테이블 주문량을 집계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2배가 증가했다. 이에 온라인쇼핑몰 등은 빠르게 대응하며 LP와 턴테이블을 묶은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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