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뽕따러가세’…영화‘가루지기’서변강쇠변신

입력 2008-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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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변모두들‘변강쇠’역반대…그냥밀어붙였다”
‘진짜 세냐’고 물을 뻔했다. 아니, ‘세냐’고 묻고 싶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가에 묻어난 통속적(?)인 호기심을 배우 봉태규는 놓치지 않았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 하! 늙으셨나봐요.” ○ 유약한 외모와 정력의 화신이 주는 부조화…봉태규표 변강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요염한 몸짓으로 유혹하는 옹녀의 강렬한 음기는 변강쇠로 와서야 온전한 것이 되곤 했다. 그의 대선배 연기자인 이대근과 김진태는 그런 캐릭터로서 한동안 기억됐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레 ‘강쇠’의 이미지를 안고 말았다. 정력의 상징이자 극단적 남성성의 표상이 되었고 지금까지 주눅 들어 고개 숙인 남성으로 하여금 그 강력한 파워를 갈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봉태규의 외양만 보면 어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오줌발의 힘과 그 곁을 스쳐가기만 해도 메마른 줄기에서 잎과 꽃을 순식간에 피워내는 기세를 느낄 수 있을까. 다소 마른 몸매와 ‘유약하게’만 보이는 얼굴에서 어디, 강력한 파워의 남성성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봉태규는 바로 그런 이유 덕분에 5월1일 개봉하는 영화 ‘가루지기’(감독 신한솔·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속 그 파워와 남성성과 욕망을 더욱 진하게 한다. 남자구실을 못하게 된 ‘불의의 사고’를 딛고 일어나 낮에는 수십 그루의 장작을 패고 밤에는 수백 가마니의 떡을 친다. 밤이면 뭇 여인들이 세상 어디서도 받지 못할 ‘은총’을 베푸는 정력의 사내. 봉태규가 그 변강쇠를 연기했다. -변강쇠라니, 의외다. “내 주변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번 역할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 작품 하나 하고 말 거냐, 그 다음엔 뭘 하려고 하느냐는 등 아무도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 정말 단 한 사람도 없었나. “이왕 하기로 했으니 열심히 하라는 정도가 그나마 응원이라면 응원이었다. 하하! 한창 촬영 중인데 매니저들도 옆에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그냥 밀어붙였다.” 우리가 그동안 머리 속에 지니고 있던 변강쇠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를 생각하고 또 돌이켰다. 이미지라는 선입견 가득한 캐릭터와도 달랐다.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 과거의 변강쇠와 뭐가 다른가. “영웅이다. 영웅은 자신의 힘을 과신하거나 맹신하지 않는다.” - 영화 속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는 걸로 아는데. “그게 아니라니까. 이전의 영화 속 변강쇠는 여성을 대상화했다. 하지만 ‘가루지기’에는 사랑이 있다. 그의 고민도 담겼다.” 변강쇠의 고민이라. 봉태규는 “변강쇠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하다”고 뜬금없어 보이는 말도 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영화 홍보담당자가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아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가만히 되새기니 ‘순정한 사랑에 빠진 변강쇠가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이야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성장드라마”라는 말은 그래서 봉태규에게 영화 ‘가루지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은유였던 셈이다. 그런 은유처럼 실제 봉태규는 적나라하지만 또 적나라하지 않다. 자신을 솔직히 드러낼 줄 알지만 그 ‘표현의 수위’는 과하지 않았다. 최근 불거져나온 연인 이은과의 결별설을, 그는 과하지 않은 웃음으로 되돌아본다. 그는 “가끔 내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을 잊고 살 때도 있어 그런 뒷담화의 주인공이 됐을 땐 여전히 신기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계속 하기라도 하면 나 때문에 그녀가 독립적이지 않게 된다. 나 혼자가 아니게 되는 셈”이라고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어느 순간 “코믹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어 있더라”고 돌아보는 봉태규는 그처럼 과하지 않은 쾌활함과 웃음, 그 진한 여운을 즐길 줄 아는 듯 보였다. <봉태규는…> 폭력적인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10대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2001년 임상수 감독이 10대들의 일탈과 좌절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 ‘눈물’을 통해서였다. 개성 강한 배우 조은지가 그의 스크린 데뷔 동기다. 축구 스타 송종국의 부인 박연수도 함께였다. 당시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봉태규는 “당시 날 발탁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겠느냐. 그가 뭘 하자고 하면 주저없이 달려가겠다”며 ‘은인’으로서 임상수 감독을 잊지 않는다. 이후 ‘품행제로’와 ‘바람난 가족’, ‘안녕 유에프오’ 등을 거쳐 2005년 ‘광식이 동생 광태’로부터 스크린 주역으로 우뚝 섰다. 그 자신도 이 작품을 “가장 큰 전환점”으로 꼽는다. ‘방과후 옥상’과 ‘가족의 탄생’,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지난해 ‘두 얼굴의 여친’으로 이어지는 주연작 목록으로 봉태규는 자신이 뚜렷한 자리를 확보했다. “코믹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어 있더라”고 말하지만 이 같은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그는 또 그 만큼 조금씩 다른 색깔을 지닌 배우임을 보여준다. 윤여수기자 tadada@donga.com ●봉태규는… 폭력적인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10대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2001년 임상수 감독이 10대들의 일탈과 좌절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 ‘눈물’을 통해서였다. 개성 강한 배우 조은지가 그의 스크린 데뷔 동기다. 축구 스타 송종국의 부인 박연수도 함께였다. 당시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봉태규는 “당시 날 발탁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겠느냐. 그가 뭘 하자고 하면 주저없이 달려가겠다”며 ‘은인’으로서 임상수 감독을 잊지 않는다. 이후 ‘품행제로’와 ‘바람난 가족’, ‘안녕 유에프오’ 등을 거쳐 2005년 ‘광식이 동생 광태’로부터 스크린 주역으로 우뚝 섰다. 그 자신도 이 작품을 “가장 큰 전환점”으로 꼽는다. ‘방과후 옥상’과 ‘가족의 탄생’,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지난해 ‘두 얼굴의 여친’으로 이어지는 주연작 목록으로 봉태규는 자신이 뚜렷한 자리를 확보했다. “코믹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어 있더라”고 말하지만 이 같은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그는 또 그 만큼 조금씩 다른 색깔을 지닌 배우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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