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전쟁의 땅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이 조국의 간절한 염원을 안고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섰다. 베이징올림픽에 4명의 선수가 참가한 아프가니스탄은 태권도에만 2명이 출전한다. 태권도에 사활을 건 만큼 메달권 진입도 자신하고 있다. 국민의 성원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은 58kg급 로훌라 니크파이(20)와 68kg급 네사르 아흐마드 바헤베(23). 두 선수는 각각 20일과 21일 경기에 나서 올림픽 사상 태권도 첫 메달을 노린다.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의 태권도 메달도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30년간 전쟁이 끊이지 않는 조국은 세계에서 첫 손에 꼽히는 가난한 나라다. 대표팀 훈련장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폭탄이 터지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자주 선다. 심지어 최근에는 수도 카불로 이동하던 국가 대표 선수 한 명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의해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사건까지 벌어졌다. 공포가 지배하는 환경 아래서 훈련을 거듭한 선수들 중에서도 바헤베는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실력파다. 태권도 대표팀 감독 굴람 라바니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두 선수 모두 만족스럽지만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바헤베는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했다. 바헤베 역시 “햇빛을 보지 못한 암흑 속 연습은 무서웠다. 훈련장 주변에서는 계속 폭탄이 터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나라를 위해 기도를 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아프가니스탄 태권도를 물밑에서 돕는 숨은 지원자는 한국인 민신학 사범. 2005년부터 민 사범은 베이징올림픽에 맞춰 선수들을 훈련시켜왔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아프가니스탄의 모바일 대기업은 메달 획득 시 5만 달러의 보너스를 약속했다. 국가 대표선수의 정부 지원금이 한 달에 10달러인 것을 감안할 때 엄청난 액수다. 하지만 선수단이 바라는 것은 돈보다 메달로 얻어질 자국의 평화다. “아프가니스탄인 사람은 얼굴도 언어도 행동도 서로 다르지만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모든 국민은 행복했다. 탈레반까지도 행복해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라바니 감독은 올림픽 메달이 몰고 올 화해의 바람을 기대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