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고영우(왼쪽)는 25일 문학 SK전 연장 10회초 1사 3루서 얕은 중견수 플라이 때 홈을 파고들어 결승득점을 올렸다. 그는 “다치더라도 대주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다”며 헌신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스포츠동아DB
“다치더라도 내 역할 하고 싶다”
KIA 내야수 고영우(25·사진)는 원정경기에 오면 제일 마지막에 타격훈련이 끝나는 선수다. 보직이 전문 대주자이기 때문이다. 고영우는 “칠 기회가 많이 없어서 홈경기 때 연습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25일 문학 SK전은 고영우의 발로 이긴 경기였다. 연장 10회초 1사 3루서 대주자로 투입돼 얕은 중견수 플라이 때 홈을 파고들었다. 타이밍 상 아웃이었는데, SK 포수 이재원의 틈을 파고들어 다리를 집어넣었다. 고영우는 “타구가 뜬 순간, 김종국 3루코치님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힘껏 뛰었다”고 밝혔다. 심판은 아웃이라고 했지만, 고영우는 세이프를 직감했다. 포수와 충돌을 피하지 않고, 다리를 밀어 넣는 위험한 플레이지만, 그는 “내가 다치더라도 나는 대주자니까 그런 플레이를 피할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대주자라고 벤치에서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 흐름을 살피며 나갈 때를 준비하고 있어야 하고, 언제든 호출될 때면 발이 뜻대로 움직이도록 늘 몸을 움직인다.
물론 고영우의 꿈도 주전 타자다. “수비와 주루는 자신 있다. 1군 투수 공도 기회만 주어지면 못 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스위치히터라 양귀헬멧을 쓰는 그는 “좌타자로 주로 나서지만 상황에 따라 우타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IA 김기태 감독은 26일 SK전 훈련에 앞서 고영우를 따로 불렀다. “‘야구란 것이 치고, 던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잘 뛰고 잘 잡는 것도 팀에 필요하다’라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셨다.” 김 감독은 대주자, 대수비 등 빛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고영우의 필요성을 잊지 않고 있었다.
대주자라는 자리는 성공하면 당연시되고, 실수하면 크게 부각되는 보직이다. 이런 고영우에게 전력질주와 슬라이딩은 존재감을 보여주는 필사의 몸짓이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