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구 국가대표 김라경. 사진제공|한국여자야구연맹
● “국가대표 유니폼, 영광이지만 무겁더라.”
김라경은 20명의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데 대해 “우리나라를 대표하게 돼 영광스럽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유니폼을 받는 순간, 책임감도 함께 받은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국가대표는 기쁘고 벅차지만 무겁게도 다가온다. “항상 큰 대회를 앞두고 몸이 안 좋았는데 지금도 제 컨디션이 아니다. 팬들께 죄송하고, 몸 관리를 못했다는 데 대한 반성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직구 최고구속 115㎞까지 찍었지만 지금은 팔꿈치 상태가 좋지 못해 변화구를 섞어 던질 생각이다. 투구수도 많이 던지기는 무리라 여자야구대표팀 이광환 감독은 불펜 자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라경은 “(모든 경기가 중요해서) 마음은 더 던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감독, 코치님들에게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어 어떻게 쓰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장 어린 나이로 언니들과 뛰는 데 대해서도 “언니들이 귀여워해주고 잘 챙겨줘서 부담감은 크지 않다. 다만 또래가 없어서 아주 조금 아쉽다”고 웃었다. 여자야구와 소프트볼 선수들로 혼성 대표팀이 꾸려진 데 대해서도 “서로 배려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배울 점들이 많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김라경. 스포츠동아DB
● 천재 야구소녀로 산다는 것, 그리고 꿈
김라경은 ‘천재 야구소녀’라는 수식어에 대해 “처음에는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강했는데 지금은 여자야구를 알릴 수 있는 관심으로 생각하고 감사하려 한다. 그러나 내가 천재 야구소녀라는 말을 들어도 될 실력인지는 모르겠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사실 김라경은 한동안 진로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나는 커서 뭐가 돼야 하지? 야구와 공부 중 무엇을 포기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멘붕(멘탈붕괴)’이 온 적도 있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고민 속에서 길을 찾았다.
“여자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가 나올지라도 프로선수가 될 길이 없다. 지도자도 없고 환경이 안돼 있다. (다음 세대가) 나 같은 환경에서 야구를 하지 않도록 인프라 구축을 해보고 싶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입학을 꿈꾸고 있다. 여자야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김라경은 “주변이 야구로 물들어 있다”고 말했다. 오빠가 한화 투수 김병근이다. 16세 소녀가 야구를 하는 이유는 순수하다.
“야구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저를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는 여자 분들도 있어서 뿌듯할 때도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야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