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영준. 사진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2022년, 김영준의 등은 한결 무거워졌다. 육성선수로 신분이 전환되며 101번을 등에 달고 뛰게 됐다. 2018년 1차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줄곧 두 자릿수대 번호를 달았으나, 적어도 5월 1일에나 정식선수 전환을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속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결과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지금 내 이미지, 내 위치가 그런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8년 김영준은 14경기에서 20.2이닝을 던지며 2승1패, 평균자책점(ERA) 4.35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단 한 번의 1군 등판 없이 시즌을 마무리했고, 그해 말 상근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다. 2021년 5월 전역해서도 퓨처스(2군) 팀에 머물며 재활에 매진했다. 연습경기 등 비공식경기를 8차례 정도 소화했고, 투구수를 85개까지 끌어올린 것은 분명한 성과였다. 하지만 공식 기록이 남지 않기에 알려지지 못했다. 결국 팬들에게 김영준은 3년간 잊혀진 존재가 됐다.
“솔직히 엄청 힘들었다. 우울한 기분이 매일 이어졌다. 팬들께서 답답하신 만큼 당사자인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입대 전까진 그 마음을 해소하려고 억지로 뭔가를 더 했다. 지금은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주위에서는 ‘왜 저렇게 담담하지?’라고 할 정도인데…. 그러면서 조금씩 부담을 덜어가고 있다.”
LG 김영준. 스포츠동아DB
지난해 여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황병일 2군 감독(현 1군 수석코치)은 김영준의 이야기를 하며 체중 감량을 언급했다. 본인만의 산책 코스를 알려주고, 또 때로는 함께 2시간30분 이상 걷기도 하며 제자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했다. 김영준도 그 진심을 느꼈다. 매일 땀복을 입고 그 코스를 걸었다. 한창 체중이 올랐을 때와 비교하면 14㎏ 가까이 감량에 성공했고, 지금은 한눈에 봐도 날렵한 몸이 됐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성숙함이다. “매일 걸으면 생각밖에 할 게 없다. 내 장점이 뭔지, 그걸 어떻게 극대화하고 준비할지만 생각해도 2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며 웃는 김영준은 한결 단단해진 채였다.
규정상 육성선수는 5월 1일 이후에야 정식선수 전환이 가능하다. 스프링캠프나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기보다는 좀더 긴 호흡으로 100%를 향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목표는 하나. ‘김영준’이라는 사람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없지 않았나.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마치고 퇴근할 때면 출입구 앞에 팬들이 가득했다. 팬들에게 사인하거나 사진 찍어주는 것들이 그렇게 그립더라(웃음). 전역 후 이천에서 매일 밤 잠들기 전 그때의 잠실을 회상했다. 올해는 팬들이, 또 내가 기대하는 김영준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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