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제러드. 스포츠동아 DB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개막 당시 함께한 외국인선수 3명 중 2명을 집에 보냈다.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투수 라울 알칸타라(32)는 부상과 부진으로 함께할 수 없게 됐고, 타자 헨리 라모스(28)도 해결 능력에 아쉬움을 남겼다. 또 다른 투수 브랜든 와델(30)은 어깨 견갑 부상으로 6월 24일 이후 개점휴업 중이다. 그의 단기 대체 외국인투수로 합류한 시라카와 케이쇼(23)는 7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ERA) 6.03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외국인선수 잔혹사가 따로 없다. 시즌 중반까지 상위권이던 성적이 가을야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주춤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알칸타라와 라모스를 바꾸기 위해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 2장을 썼다. 알칸타라의 대체자는 우완투수 조던 발라조빅(26)이다. 마운드에 오를수록 선발투수 보직에 적응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알칸타라의 부상이 워낙 길어졌던 데다 지난해까지 보여줬던 위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교체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라모스의 교체에는 다소 위험이 따랐다. 웨이버 공시 이전까지 80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305(311타수 95안타), 10홈런, 48타점, 출루율 0.360으로 준수했다. 그러나 두산은 “외국인타자에게 바랐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체를 택했다. ‘준수함’이 아닌 ‘확실함’을 원했다. 새 식구 제러드 영(29·등록명 제러드)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타선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었던 터라 이 교체가 모험수라는 우려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제러드는 9일까지 28경기에서 타율 0.315(108타수 34안타), 9홈런, 28타점, 출루율 0.414를 기록하며 타선에 힘을 보탰다. 8월 중순까지 0.467에 달했던 타율은 다소 내려왔지만, 누상에 주자를 두고 5개의 홈런을 쳐내는 등 기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의지와 김재환, 양석환 등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과 시너지를 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최근 몸살 여파 등으로 타격감이 다소 떨어졌으나 제러드가 타선에 포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
두산은 정규시즌 막판 가을야구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선발진의 붕괴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도 기적이라는 평가다. 마운드가 무너지면 타선의 힘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데, 8월에만 3차례 결승타를 쳐내는 등 합류 직후부터 팀 승리에 직접 기여한 제러드의 역할이 매우 컸다. 두산을 ‘외국인타자의 실패’라는 끔찍한 상상에서 벗어나게 한 것만으로도 그의 가치는 인정받을 만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