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파죽의 9연승과 함께 일찌감치 ‘선두 굳히기’에 돌입했다. 사진제공|KOVO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명가 재건’을 다짐한 현대캐피탈의 거침 없는 행보가 인상적이다.
현대캐피탈은 반환점을 찍은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6승2패, 승점 46이다. 정규리그 1, 2라운드에 5승(1패)씩을 챙기더니 3라운드에는 전승(6승)이다. 4위로 간신히 봄배구에 진출한 지난 시즌과는 차원이 다른 기류다.
연승행진도 9경기로 늘렸다. 지난달 28일 OK저축은행전부터 패배를 잊었다. 9연승은 18연승에 성공한 2015~2016시즌 이후 처음이다. 왕좌 탈환의 희망이 샘솟는다. 현대캐피탈의 가장 최근 우승은 2018~2019시즌이다. 통합 우승은 2005~2006시즌이 마지막이다.
성탄절에 펼쳐진 2위 대한항공과 홈경기가 결정적이었다.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28일 OK저축은행과 원정경기도 잡았으나, 대한항공은 라이벌전 패배의 후유증을 떨치지 못한 채 29일 KB손해보험과 홈경기에서 충격의 리버스 스윕 패배를 당했다. 최근 2경기에서 승점 1을 보태는 데 그친 대한항공은 전반기를 11승7패, 승점 36으로 마쳤다.
세계적 명장 필립 블랑 감독(프랑스)이 지휘하는 현대캐피탈에는 좀처럼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 공격수 레오와 토종 거포 허수봉이 이룬 쌍포의 위력이 막강하다. 베테랑 전광인 역시 제 몫을 한다. 아시아쿼터 신펑의 기복이 다소 아쉽지만, 흠잡을 요소는 아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세터 황승빈의 플레이 역시 점차 완벽해지고 있고, 리베로 박경민도 안정적이다.
탄탄한 경기력은 각종 지표로 확인된다. 총득점은 1627점으로 대한항공(1718점)보다 다소 적지만, 이는 전체 세트 수가 적기 때문이다. 공격종합(성공률 53.98%), 서브(세트당 1.567회), 블로킹(세트당 2.612회)에선 모두 1위다. ‘공격배구’의 진수를 보이는 현대캐피탈이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진행될 후반기 현대캐피탈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선두 굳히기’다.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해야 체력 부담을 피할 수 있다. 5라운드까지 총력전을 펼쳐 빠르게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뒤 봄배구를 여유롭게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그래도 블랑 감독은 서두르지 않는다. ‘스텝 바이 스텝’을 강조하는 그는 장점보다는 단점을 먼저 언급한다. “(우승한) 컵대회부터 우리 배구가 잘 이어졌다”면서도 “역동적 움직임이 적고, 위기관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물론 정말 부족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임을 현대캐피탈 선수단은 잘 알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