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데이즈’ 뜻밖의 돌풍…미드 뺨치네!

입력 2014-03-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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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쓰리데이즈’. 사진제공|SBS

■ 추리·첩보,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

로맨스 통념 깬 박유천·박하선 관계
전설의 ‘X파일’ 멀더·스컬리 보는 듯
대통령 손현주…미드 지존 ‘24시’ 뺨쳐
도망자 박유천, ‘프리즌 브레이크’ 석호필 연상


뜻밖의 드라마다.

선택하기 쉬운 연속극도, 고정 팬을 갖춘 사극도, 시청률 제조기로 통하는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다. 오히려 시청자에겐 낯설게 보일 수 있는 추리와 첩보, 액션을 혼합했다. 곱씹고 계산해야 하는 이야기이지만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다. 마니아를 넘어 대중성을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극본 김은희·연출 신경수·사진). 그동안 국내 드라마에서는 쉽게 찾아 보기 어려웠던 신선한 이야기와 구성, 무엇보다 뛰어난 완성도로 호평받고 있다. ‘쓰리데이즈’의 이 같은 인기는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춘 성과다.

미국드라마(미드)에서나 봐 왔던 탄탄한 짜임새와 스케일을 안방극장에서 만나는 희열은 더욱 짜릿하다. 하나씩 뜯어보면 ‘쓰리데이즈’ 안에는 몇몇 인기 미드의 분위기까지 담겼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차용은 아니다. 여러 흥행 요소로 또 다른 완성품을 만들어냈다.


● 신뢰 커플 박유천·박하선…‘X파일’ 뺨친다

로맨스로 엮이지 않아 더 눈길을 끄는 커플이다. 누명을 쓴 대통령 경호원 박유천과 유일하게 그의 무죄를 믿는 순경 박하선의 관계는 미드의 전설로 통하는 ‘X파일’ 속 멀더와 스컬리 콤비를 떠올리게 한다. ‘우정보다 깊고 사랑보다 낮은’ 이들의 모습은 ‘남녀는 곧 사랑’이라는 통속 코드에서 벗어나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런 설정은 김은희 작가와 두 배우의 철저한 계산에서 나왔다. 박하선은 “처음부터 멀더와 스컬리처럼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관계를 바랐다”며 “때로는 연인처럼, 때론 친구처럼 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멀더와 스컬리는 ‘X파일’이 시작한 1992년부터 시리즈가 막을 내린 2002년까지 그 ‘관계’를 두고 여러 추측과 의혹, 궁금증을 일으켰던 커플이다. 박유천과 박하선도 이에 못지않다. 회를 거듭하면서 과연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 위기의 대통령…‘24시’ 뺨친다

‘쓰리데이즈’의 시작과 끝은 대통령으로 통한다. 손현주가 연기하는 대통령은 거대한 세력으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는다. 미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24시’ 역시 위기의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두 드라마는 절대적인 존재지만 끊임없는 위협과 음모에 시달리는 대통령의 이면에 집중해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시간을 통해 시청자의 두뇌를 자극하는 것도 공통점. ‘쓰리데이즈’는 대통령 암살 이후 3일씩 시간을 나눠 총 9일 간의 이야기를 분 단위로 담는다. ‘24시’는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을 한 시간 단위로 쪼개 24부작으로 구성했다.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대통령의 모습으로도 두 드라마는 닮았다. 아직까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쓰리데이즈’의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거대한 세력에 맞선 인물. 2001년 첫 시즌을 시작한 ‘24시’에는 미드로는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등장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09년 미국에선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다.


● 누명 벗기려는 분투…‘프리즌 브레이크’ 뺨친다

누명은 추격 액션 장르에선 빼놓을 수 없는 흥행 포인트다.

박유천은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과 누명을 벗기려고 스스로 도망자가 된다.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석호필’ 역시 형의 무죄를 위해 제 발로 교도소에 들어가 탈옥을 시도한다. 박유천과 ‘석호필’ 모두 상대보다 먼저 움직이는 명석한 두뇌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허를 찌르는 전개로 국내에 미드 열풍을 지핀 작품으로 통한다. 그 인기 원동력은 빈틈을 찾을 수 없는 대본에 있다. 대본에 관한 한 ‘쓰리데이즈’ 김은희 작가도 만만치 않은 실력. 앞서 ‘싸인’ ‘유령’으로 장르 드라마를 완성한 그는 2년 동안 집필한 ‘쓰리데이즈’를 통해 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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