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부터 엑소까지] 이수만은 왜, 어떻게 아이돌에 눈을 돌렸나

입력 2014-03-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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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스포츠동아DB

대중이 원한 건 힙합이 아니라 아이돌이었다

현진영 대성공 이후 힙합 그룹은 모두 실패
미련 버리고 아이돌로…H.O.T로 성공시대


그룹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엑소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의 산실’로 꼽힌다. 이를 이끄는 이수만 회장은 ‘아이돌의 대부’ ‘한류 전도사’로 불린다. ‘기획형’ 아이돌 1호인 H.O.T를 시작으로 S.E.S, 신화,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한국 가요계에 ‘아이돌 산업’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1970년대 인기가수 겸 방송인이었던 이수만 회장이 1989년 SM기획을 설립, 음반제작자로 변신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건 힙합이었다. 1981년 미 캘리포니아주립대로 유학(컴퓨터공학)을 떠난 이 회장은 뮤직비디오를 방영하는 MTV를 보며 문화의 힘을 확인했다. 이후 1985년 귀국해 힙합과 댄스음악을 접목시킨 가수를 물색하다 현진영을 만났다.

그러나 현진영은 1집 ‘슬픈 마네킹’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대마초를 피워 구속됐고, 2집 ‘흐린 기억 속의 그대’의 대성공 후에는 마약 파문을 일으켰다. 이수만 회장은 ‘메이저’, ‘J&J’라는 남성 2인조를 잇따라 데뷔시켰지만 모두 쓴맛을 봐야 했다.

연이은 처참한 실패 속에서 이 회장은 대중의 속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됐고, 힙합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아이돌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침 일본에서는 스마프라는 대형 아이돌 그룹이 현지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이후 대중이 열광할 만한 아이돌 스타도 없었다.

이수만 회장은 잘 훈련된 멤버들로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끼가 있는 멤버들을 하나둘 선발해 H.O.T를 데뷔시켰다. 곧바로 그룹 신화로 성공시대를 이어갔다.

그는 그러나 아이돌 음악만으로 가요시장을 획일화한 장본인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동방신기에서 그룹 JYJ가 이탈하는 과정에서는 계약기간, 수익배분 등 논란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는 최초로 SM엔터테인먼트를 코스닥에 등록시키는 등 연예산업의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을 선진화하는 등 성과도 크다. 또 1990년대 후반 S.E.S를 일본에 진출시키며 한국 가요가 오늘날의 케이팝으로 불리며 세계무대에 도약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온 인물로도 평가받는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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