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150km GO!…고원준 데뷔 첫 승

입력 2010-05-1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IA전 6이닝 1실점…정면승부 주효

들쭉날쭉 컨트롤 개선…배짱도 한몫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6이닝 8안타 1실점. 이만하면 합격점을 받고도 남을 만한 성적이다. 넥센 고원준은 12일 광주 KIA전 호투로 귀중한 생애 첫 승리를 일궈내는 한편 하위권으로 처진 팀에 새 희망을 안겼다.
12일 광주 KIA전. 넥센 고원준(20)이 프로데뷔 첫 선발등판을 하는 날이었다. 입단 동기인 강윤구는 그날 2군으로 내려갔다. 김시진 감독은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강윤구는 1차 지명. 고원준은 2차 14번이었다. 입단 당시의 무게감은 비교할 바가 못 됐다. 하지만 고원준은 타고난 파이터. 생애 첫 선발 등판을 앞두고도 긴장된 기색 없이 선배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물론, 다리를 살짝 떨기는 했지만.

고원준의 장점은 두둑한 배짱이다. 고등학교시절 들쑥날쑥한 컨트롤이 문제였지만, 프로 입단 이후 투구폼을 수정하면서 컨트롤도 많이 개선됐다. 팀이 선발투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고원준에게는 도리어 기회. 워낙 훈련을 열심히 한 탓에 4월3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마운드에 올라 코피를 쏟기도 했다. 불펜에서 실력을 입증한 고원준은 ‘씩씩함’으로 김시진 감독에게 어필했고, 마침내 선발기회를 얻었다.

경기 초반부터 최고구속 150km에 이르는 고원준의 직구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포수 미트에 꽂혔다. 워낙 볼끝이 좋아 KIA 타자들은 높은 공에도 헛스윙을 연발했다. 4-0으로 앞선 3회말 2사 1·2루에서 안치홍을 상대로 직구 3개로 3구삼진을 잡은 장면은 압권이었다. 직구에 대한 부담을 갖게 된 KIA 타자들은 투심패스트볼과 커브에도 타이밍을 뺏겼다. 6회 1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나지완은 3개의 커브에 연신 선풍기 스윙을 돌렸다. 결국, 6이닝 동안 8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고원준은 생애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볼넷은 단 한개도 없었고, 9개의 탈삼진 중 7개가 클린업트리오에게서 뽑아낸 것이었다. 자기 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정면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 청주 LG전에서 6-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5회 1사에 물러난 한화 선발 김혁민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경기 종료 후 고원준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부모님과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정민태 코치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김시진 감독은 “오늘은 고원준이라는 좋은 선발감 한명을 얻은 의미 있는 경기였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광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