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애프터나잇프로젝트 “음악의 주된 정서는 ‘쓸쓸함’”

입력 2016-06-20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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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제목을 따라가기도 하잖아요. 근데 전 예외인 것 같아요. 이번 곡 제목이 ‘사랑이 올까요’인데 저한테 사랑이 안 오고 있거든요. (웃음) 예전에는 ‘자발적 솔로’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자발적인 게 아니구나 싶어요. 그래도 계속 불러야죠. 사랑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서 말이죠.”

애프터나잇프로젝트의 싱글 ‘사랑이 올까요’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는 기대감과 그 이면에 담긴 외로움을 담은 곡이다. 기타에 정수완, 베이스에 박영신, 드럼에 정동윤, 피아노에 길은경, 스트링에 융스트링까지 내로라하는 세션 연주자들이 참여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랑이 올까요’는 주말에 할 것도, 만날 친구도 없이 무료하게 지내다 만든 곡이죠. 사랑, 이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그 이면에 있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담긴 노래라고 보시면 돼요. 보통 곡을 쓸 때 그때 당시의 정서가 많이 담기더라고요. 벌써 2년 째 솔로다 보니 그러한 제 감정들이 자연스레 묻어났다고 생각해요.”

애프터나잇프로젝트는 이번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주연을 맡았다. 예전부터 함께 작업해온 카이 감독과 함께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빼어난 영상미를 담아냈다.

“워낙 노래하는 장면이 많아서 어렵진 않았어요. 특별한 연기라기보다는 앉아서 책장을 넘기고, 커피 마시는 장면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평소 집에서 생활하는 제 모습과 비슷해서 그런지 하나도 안 어색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진정성이 담긴 뮤직비디오가 된 것 같아서 만족해요.”

이처럼 애프터나잇프로젝트 음악의 주된 정서는 ‘쓸쓸함’이다. 이번 노래뿐만 아니라 이전 곡들에도 쓸쓸한 감정이 묻어난다. 실제로 그의 음악을 듣다보면 한없이 외롭고 차분해진다.

“저를 대표할 수 있는 정서가 바로 쓸쓸함이죠. 스스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고요. 사실 어릴 때만해도 부모님이 사랑해주시고 별일 없이 지냈어요. 근데 언제부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혼자 생활하는 게 익숙해지면서 편해졌지만 반면 쓸쓸함도 더 느끼게 되더라고요. 막상 누구와 뭘 하려면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어요.”


웹상에서 애프터나잇프로젝트를 검색해보면 새벽에 듣기 좋은 노래, 감수성이 풍부한 노래라는 결과가 대부분이다. 리스너들 역시 그의 음악에 대해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새벽에 듣기 좋은 노래로 타겟팅을 한 건 아닌데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어요. 제가 주로 밤이라 하기엔 좀 늦었고, 새벽이라기엔 아직 이른 시간에 작업을 많이 하거든요. 그 시간의 감정들이 저를 대표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제 음악을 듣는 분들도 그러한 음악을 원하시더라고요.”

‘애프터나잇프로젝트’라는 활동명도 그러한 취지에서 나온 이름이다.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이름을 찾다 결정한 이름이 바로 ‘애프터나잇프로젝트’다.

“활동명은 직접 생각해낸 아이디어예요. 그냥 본명 ‘이용호’로 활동하기 보단,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지었어요. 음악이랑 잘 어울린다는 사람도 있고, 너무 이름이 길다는 사람도 있어요. 때로는 에피톤프로젝트랑 초성이 비슷해서 ‘에피톤 짝퉁이냐’는 소리도 들었어요. 저도 에피톤의 팬이라 그런지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은 받았겠죠.”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평소 취미생활을 통해서도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 최근 백패킹에 푹 빠져있는 애프터나잇프로젝트는 낯선 여행지에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주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즐겨요. 주로 여행을 가면서 하는 생각들이 음악적인 소스로 많이 사용돼요. 최근에는 백패킹에 꽂혔어요. 혼자 텐트 짊어지고 가서 잠까지 자고 오는 거죠. 사실 누구랑 같이 갔다 해도 따로 있는 시간이 더 많은 편이예요. 여행을 다닐 수 없을 땐 영화를 통해서 간접경험을 많이 하죠.”

최근 애프터나잇프로젝트는 소속사 플럭서스뮤직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새로운 곳에서 음악인생 2막을 시작한 그는 기존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드락을 해보고 싶어요. 락 음악이 정말 멋진 음악이라 생각하거든요. 요즘엔 워낙 힙합이 각광받지만 음악에도 유행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음악가는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다는 음악적 소신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락 음악에 도전하고 싶어요.”

닮고 싶은 가수를 묻는 질문에 김동률, 성시경, 이승환, 이소라 등 수많은 뮤지션을 언급한 그는 끝내 한 사람을 꼽지 못했다. 그만큼 한 가지 음악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고픈 열망이 강했다.

“롤모델로 삼을 분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어요. 마치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같은 질문인 것 같아요. 특정 색채를 고집하기보다는 무채색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색이 빠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고, 듣는 이에 따라서 다양한 색깔로 보여지지 않을까요. 무채색의 감성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애프터나잇프로젝트가 될게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플럭서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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