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침을 감기의 전조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의료전문가들은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이 마른기침이 3∼4주 이상 지속된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포츠동아DB
초기진단 놓치면 세포 변형으로 식도암까지
회사원 이정훈(38·가명)씨는 항상 가방에 사탕을 넣고 다닌다.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만성기침 때문이다. 특히 회의나 업무관련 미팅 때 기침으로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인으로부터 사탕이 건조한 목 상태를 개선해 습관적인 기침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조언을 들은 후부터 사탕을 지참하게 됐다.
이씨는 자신의 기침의 원인을 감기라고 생각해 약을 먹거나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기관지가 선천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됐다. 하지만 최근 이씨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고, 의사로부터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있는데 잦은 기침 또한 역류성 식도염 증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장 속 내용물이 식도 내로 역류하는 질환이다. 위장에는 위산으로부터 보호하는 점막이 있지만 식도에는 보호막이 없어 쉽게 염증이 생긴다. 초기에는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 등 일반적인 위장병 증상이 미미하게 나타나고, 환자에 따라 만성 기침이나 가슴 부위에 뻐근하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 마른기침·신물 올라오면 역류성 식도염 의심
보건복지부 지정 민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조원영 원장은 “환자 상당수가 역류성 식도염을 감기나 심장병으로 오인한다”며 “특히 환절기에는 기관지 질환이 늘기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을 방치해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마른기침이 3∼4주 이상 지속되고 목소리가 쉬거나 신물이 올라온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내시경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만약 증상이 있는데 내시경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식도 내에 작은 기계를 삽입해 산도를 측정하는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재발이 쉬워 식생활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와 위 사이에 위치한 괄약근이 느슨해졌을 때 발병하기 쉽다. 따라서 괄약근을 약화시키는 과음이나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자극적인 음식과 커피, 주스 등의 음료 섭취도 줄이는 것이 좋다. 또한 야식이나 식사 후 바로 눕는 습관도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배를 압박하는 꽉 조이는 옷도 안 입는 것이 좋다.
조 원장은 “초기 증상이 미미해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지고 반복적으로 발병하면 식도 점막의 세포 변형으로 식도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위산 역류가 촉진되기 때문에 왼쪽으로 누우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조언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