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탈북한 천재 수학자를 연기한 배우 최민식은 “실제 새터민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친구로서 대화를 나눈 덕분에 북한 사투리를 금방 익혔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2년2개월만에 관객 만나는 최민식
탈북 수학자와 미숙한 소년의 교감
대본 봤을때 ‘굿 윌 헌팅’ 떠올랐죠
어른들 스스로 성찰하게 하는 영화
새터민과 이런저런 이야기 큰 도움
배우 최민식이 관객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하기 위해 새롭게 나선다.탈북 수학자와 미숙한 소년의 교감
대본 봤을때 ‘굿 윌 헌팅’ 떠올랐죠
어른들 스스로 성찰하게 하는 영화
새터민과 이런저런 이야기 큰 도움
3월 9일 개봉하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제작 ㈜조이래빗)를 통해 2019년 12월 ‘천문:하늘에 묻는다’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관객을 만난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명량’ 등 굵직한 작품에서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그가 강렬함 대신 따뜻한 위로를 택했다.
극중 최민식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자유롭게 수학 공부를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탈북한 천재 수학자이다. 하지만 수학이 대학 입시의 도구로만 여겨지는 남한의 현실에 실망해 신분을 숨긴 채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다 한 학생(김동휘)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영화는 아픔을 지닌 스승과 미숙한 소년이 만나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이다.
●한국판 ‘굿 윌 헌팅’의 탄생
두 사람의 모습은 위태로운 반항아 맷 데이먼과 그의 마음을 보듬는 교수 로빈 윌리엄스의 이야기를 그린 할리우드 명작 ‘굿 윌 헌팅’을 떠올리게 한다. 최민식은 “어찌 감히 로빈 윌리엄스와 비교하겠는가”라며 멋쩍게 웃으면서도 “그 영화를 봤을 때 감동이 떠올랐다”고 털어놓았다.
“분명 ‘굿 윌 헌팅’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대본을 봤을 때 그 영화가 떠올랐어요.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 세대를 불문하고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만나 소통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꼈죠.”
수학이라는 소재로 ‘학원 드라마’의 외피를 띄지만, 영화는 “일방적인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고도 덧붙였다.
“언뜻 보면 훌륭한 성인이 미완의 젊은 청춘에게 인생의 교훈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에요. 오히려 어른이 스스로 성찰하며 삶을 곱씹게 하는 거죠. 가르치는 것이 아닌,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념보다 감성에 집중”
최민식은 1999년 개봉해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끈 영화 ‘쉬리’ 이후 22년 만에 다시 한번 북한 출신 인물로 나선다. 하지만 ‘쉬리’ 속 이념에 매몰된 북한 비밀특수 공작원과는 180도 다르다. “북한 출신이라는 설정보다 학자의 감정에 더욱 집중”했다.
“극중 인물에는 천재와 탈북이라는 두 단어가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연기에는 두 가지 상징성을 배제하려고 노력했어요. 너무나 사랑하는 학문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학자의 상실감, 그런 그가 한 학생을 만나 나누는 교감에 더 집중했어요.”
그래서 북한 사투리 연기 준비 과정도 비교적 수월했다. 실제 새터민에게서 사투리를 배우는 시간을 “수업이 아닌 친구와 나누는 대화”로 받아들인 덕분이기도 하다.
“사투리 수업을 받는다기보다는 탈북 이유, 남한 속 삶 등을 묻고 이야기를 들었죠. 술 한 잔하면서 그분의 삶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죠. 그런 과정이 캐릭터를 준비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됐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