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은 엄격해졌지만 현장에서는 부상 위험성을 이유로 융통성을 바라고 있다. 여기에 규정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공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3피트라인이 시즌 초반 KBO리그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3피트라인
6일 수원 LG 트윈스-KT 위즈전 2회말 1사 1루, KT 심우준은 번트를 대고 1루까지 전력 질주했다. 투수 임찬규가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 아웃이 선언됐다. 이윽고 LG 류중일 감독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박근영 주심에게 어필을 했다. 심우준이 파울라인 안쪽으로 뛰었다는 내용이었다. 리플레이 화면을 돌려보니 류 감독의 어필이 맞았다. 그러나 2분여의 항의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고 류 감독은 하릴없이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KBO는 올 시즌부터 스리피트라인 관련 규정에 대해 엄격한 적용을 선언했다. 2019 야구규칙 5.09(a)(8)에는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 아웃을 선언한다고 적시돼있다. 지난해까지도 같은 규정은 있었지만 엄격한 적용은 없었다. 올해부터는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규정대로면 심우준의 주루는 수비방해 플레이로 타자주자의 아웃은 물론 2루로 향했던 주자도 1루로 귀루해야 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주루로 인정됐다.
지난 사례를 떠올리면 LG로서도 억울할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인천 LG-SK 와이번스전 9회, 이형종은 희생번트를 대고 파울라인 안쪽으로 달렸고 수비방해 아웃이 선언됐다. 번트로 진루했던 주자들은 귀루 조치됐다. 류중일 감독이 한참을 어필했지만 번복은 없었고, 시즌 첫 ‘3피트 수비방해 아웃’이 선언된 바 있다.
경기 후 전일수 심판조장은 “우리의 미스가 맞다. 당시 상황에서는 확인을 못했는데, 경기 후 리플레이 화면을 보니 (3피트라인 아웃을) 줘야 되는 걸 못 줬다”고 설명했다. 오심을 인정한 것이다.
●“부상이 생기면 결과가 달라진다”
같은 사례는 4일 잠실 KT-두산 베어스전 9회 김민혁까지 두 차례 나왔다. 같은 잣대를 들이밀었다면 6일 심우준이 수비방해 판정을 받거나, 앞선 이형종과 김민혁이 정상주루로 인정돼야 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룰이 바뀌었는데 주지시키지 못한 감독과 코칭스태프 잘못이다. 선수는 죄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류중일 감독도 6일 경기에 앞서 “규칙이 있으면 따르는 게 맞다”고 동의하면서도 “수십 년간 야구를 하면서 ‘라인 밖으로 뛰라’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지금 규정대로면 전력질주가 무색해진다. 우타자의 경우 일단 파울라인 바깥쪽으로 빠진 다음에 1루로 뛰어야 한다. 번트나 빗맞은 땅볼 때 1루에서 살기는 힘들어진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부상 위험까지 더해진다는 주장이다. 류 감독은 “1루 베이스는 파울라인 안쪽에 있다. 라인 밖에서 뛰던 주자가 스텝이 꼬여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으면 발목이 꺾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경기 결과가 바뀌게 된다. 현장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류 감독으로서는 6일 경기 전까지 규칙의 아쉬움을 지적했지만, 공정함에서 피해를 입었으니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전면 손질이 힘들면 땜질이라도”
심판위원회의 생각은 확고하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6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이 규정은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당시 감독자회의에서 현장의 요청으로 강화됐다. 심판진이 스프링캠프 때 상황을 재연해가며 주지시켰다”며 “당장에 규정을 다시 바꾸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심판의 재량에 맡긴다. 하지만 우리 정서와 맞지 않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우리보다 엄격하게 판단한다. 우리는 후자의 경우를 따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비방해라는 본래 취지가 명확하니 ‘습관’이라는 말로 피할 게 아니라, 아마추어 야구계부터 이를 뜯어고치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담보되지 않는 공정성 해소를 위해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 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해설위원 A는 “주심과 1루심이 안쪽으로 뛰는 걸 못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거듭된다면 차라리 비디오판독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낫다. 리플레이 화면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을 심판의 착오 등의 여부로 놓친다면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