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여자쇼트트랙의 간판스타 최민정(24·성남시청)은 2022베이징동계올림이 끝난 뒤 이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했다. 핵심선수들의 올림픽 불참 등 여러 악재로 어수선했지만, 한국 쇼트트랙의 위대함을 증명하고 싶었다.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18년 평창대회에서 금메달 2개(여자 1500m·3000m 계주)를 따내며 스타덤에 오른 그의 말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최민정은 그만큼 간절했고, 스스로 증명했다. 이번 대회 1500m에서 금메달, 1000m와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1500m 황대헌(강원도청)의 금메달과 남자 5000m 계주의 은메달을 포함해 한국 쇼트트랙이 따낸 메달 5개(금2·은3) 중 3개를 책임졌다. 그 덕에 한국 쇼트트랙은 중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이상 4개)를 제치고 최다 메달을 거머쥔 국가로 우뚝 섰다. 최민정의 바람대로 “한국 쇼트트랙은 역시 강하다”는 말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최민정도 ‘증명’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그는 “나뿐 아니라 선수들이 모두 노력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서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듣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국가대표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도 크다”고 밝혔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려면 엄청난 고통이 수반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자가 증가하는 쇼트트랙의 경우 확실한 무기를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하다. 최민정은 강점인 아웃코스 추월능력과 순간스피드를 극대화하고, 멘탈까지 강화한 덕에 1500m 챔피언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는 “2번째 올림픽에서 달라진 점은 초반에 잘 안 풀려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접근한 것이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술적 측면에선 평창 때와 비교해 속도가 좀더 올랐다. 상향평준화 후에도 경쟁이 가능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민정.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500m 2연패와 더불어 자부심을 느낄 만한 기록 하나가 추가됐다. 2026년 밀라노대회까지 유지될 올림픽기록이다. 이 종목 준결선에서 2분16초831로 올림픽기록을 새로 썼다. 2016년 11월 13일(한국시간)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작성한 세계기록(2분14초354)과 올림픽기록 모두 최민정의 몫이다. 쇼트트랙은 기록보다 순위가 중시되는 종목이지만,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그 자체로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최민정은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타다 보니 기록이 나왔다. 무엇보다 이름이 남겨지니 좋다”고 활짝 웃었다.
4년 뒤 그는 28세다.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가 32세인 지금까지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밀라노동계올림픽에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기량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성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 경우 올림픽 쇼트트랙 역사에 단 한 차례도 없는 개인종목 3연패 도전도 가능해진다. 최민정은 “평창대회를 준비할 때도 베이징은 생각하지 못했고, 베이징대회를 준비할 때도 밀라노 생각은 못 했다. (4년 뒤는)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